사회적 민감성을 제대로 바라보기
나는 왜 이렇게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는 걸까?
친한 사람들의 고민 상담을 들어주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조언, “다른 사람을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런데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하면 신경이 안 써지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쓴다는 것은 사회생활에 있어 장점이 될까? 단점이 될까? 신경 쓰기의 적정선이라는 것이 있을까? 이번 호에서는 ‘다른 사람에 대한 민감함’과 관련하여 하기 쉬운 오해와 그 진실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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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말, 태도, 기분, 상대방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얼마나 민감하고 영향을 받는지를 의미하는 심리학적 지표는 ‘사회적 민감성(타인 민감성이라고 칭하기도 함)’이다. 타인의 말, 태도, 표정은 사회적 보상 신호다. 이 사회적 보상 신호, 즉 다른 사람의 반응을 보고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을 계속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 사회적 민감성이다.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타인의 반응이 좋은 행동을 지속하게 되고, 동시에 자기도 다른 사람에게 사회적 보상 신호를 보내기에 감정이나 표정이 풍부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사회적 민감성이 낮은 사람이라면 타인의 반응이나 압력에 둔감한 편이어서 주변의 영향을 덜 받는다.

사회적 민감성은 타고난 기질이다. 키가 크고 작고, 피부 빛이 밝고 어두운 것처럼 유전적으로 보유한 성질이어서 기본적인 토대를 뜯어고치기는 어렵다. 얼핏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것은 흔히 MBTI에서 말하는 감정형(F)과 유사하고, 사회적 민감성이 낮은 것은 사고형(T)과 유사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민감성은 감정이 얼마나 우세한지가 기준이 아니라 ‘다른 사람 및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가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기분과 생각을 알아차리는 안테나가 많이 발달한 것으로 생각하면 좋다.

# 오해 1 | 다른 사람을 많이 신경 쓰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다?!

유감스럽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것(다른 사람을 많이 신경 쓰는 것)과 자존감은 완전 다른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집단주의 문화 특성이 아직 많은 편이어서 한 개인을 구성하는 자존감에 다른 사람이 미치는 영향이 큰 편이다.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을 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하는 말에, 그 중에서도 부정적 반응에 대해 더 쉽게 영향을 받기에 자존감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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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해 2 | 다른 사람을 신경 안 쓰고 정서적으로 메마른 사람은 사회성이 부족하고 비호감이다?!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잘 안 받는 사회적 민감성이 낮은 사람들은 대체로 감정적 폭이 크지 않다 보니 상대방에게 둔감한 경우도 많고, 친밀한 관계여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것을 선호한다. 그럼에도 상대방과 잘 지내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친사회적인 행동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친사회적인 행동의 예시로는, 다른 사람을 돕는 이타적 행동, 자신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도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 행동, 상대에게 과하게 엄격하지 않고 너그러운 행동이 있다.

#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이들을 위한 심리건강 팁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를 잘 형성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성향이 과해지면 다른 사람을 너무 신경 쓰게 되거나 자칫 눈치를 보는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고, 대체로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이 대인관계 스트레스가 더 큰 편이다.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주변의 대인관계적 상황과 무관하게 ‘내가 진짜 원하는 것, 내가 진짜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자주 던질 필요가 있다. 세상을 향해 많이 솟은 안테나의 일부를 종종 나의 내면으로 돌려준다면 사회적 민감성의 장점을 더욱 풍요롭게 발휘할 수 있으리라.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