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11  [한국경제] 

[한경 CFO Insight]
염승훈 삼정KPMG 전자정보통신반도체 산업 리더 부대표

 

올해로 19번째 발간된 KPMG의 ‘글로벌 반도체 산업 전망(2024 KPMG Global Semiconductor Industry Outlook)’은 전 세계 반도체 기업 경영진의 최우선 전략 과제를 분석했다. KPMG와 세계반도체연맹(GSA, Global Semiconductor Alliance)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 고위 경영진 172명을 대상으로 반도체 시장 전망, 산업 최대 이슈와 전략 과제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는 미국(46%)과 유럽(24%), 아시아·태평양(21%), 중동·아프리카 및 그 외 지역(8%)의 반도체 리더들이 포함됐다. 반도체 제조 기업(28%)과 팹리스 반도체 기업(26%), 공급 벤더(21%), 서비스·시스템·소프트웨어·솔루션 제공 기업(16%) 등 다양한 반도체 산업 기업들이 참여했으며, 설문 대상 기업의 연매출은 10억 달러 이상이 56%로 가장 많았다.

반도체 산업 리더 85% ···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 성장"

AI(인공지능) 반도체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경영진들은 올해 전반적인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관측했다. 경영진 85%는 2024년 반도체 산업 전반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고, 83%는 올해 자사 매출 증가를 전망했다. 경영진 69%는 2024년 자사의 R&D 지출을 전년 대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55%는 올해 인력 증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 반도체 산업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70%로, 전년(44%) 대비 26%p 늘었다.

향후 1년간 반도체 산업 최대 매출 동력 '자동차' ··· 설문조사 2년 연속 1위

2024년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분야로는 ‘자동차’와 ‘AI’가 선정됐다. 특히 자동차 관련 반도체는 향후 1년간 수익을 견인할 가장 중요한 부문으로 꼽혔다. 최근 전기차,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자율주행, AI 애플리케이션 등의 기술 발전 방향으로 자동차 산업 내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차량용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장기 공급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KPMG는 2040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2,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리더들 ··· “올해 가장 중요한 매출 동력은 AI”

AI는 자동차 산업의 뒤를 이어 반도체 기업의 매출 증가를 이끌 유망 응용 분야로 예상됐다. 특히, 미국 반도체 기업 리더들은 AI를 올해 가장 중요한 매출 동력으로 응답하며 다른 지역보다 더욱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유럽 지역 반도체 리더들은 AI를 자동차, IoT, 산업용 장비에 이어 4번째 유망 분야로 지목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자동차, 무선통신, 소비자 가전, 클라우드 컴퓨팅·데이터센터 다음 5번째 순위로 AI를 꼽았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경영진의 56%는 향후 2년 내 R&D·엔지니어링 부서에 생성형 AI 기술이 도입될 것으로 봤다. 마케팅 및 영업(49%), 생산 및 오퍼레이션(42%), 고객 지원(35%)에서도 생성형 AI가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영진 53% "1년 내 공급망 지역 다변화 계획" ··· 한국·일본·베트남 등 아태 지역 선호

자국우선주의와 반도체 기술·IP(지식재산권)의 자국중심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불확실성에 대응 가능한 유연한 공급망 구축 또한 반도체 기업의 주요 전략 과제로 답변됐다. 경영진의 58%는 공급망 유연성 확대를 위해 향후 2~3년 내 공급망의 지역적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향후 1년간 공급망의 지역 다변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한 경영진도 절반 이상(53%)에 이르렀다.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주요 희망 지역으로는 한국과 일본, 베트남 등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선호 지역으로 거론됐다.

반도체 산업 리더 10명 중 7명 이상(75%)은 반도체 공급 과잉이 이미 존재하거나, 향후 4년 내 올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앞으로 4년 내 수요 초과로 인한 재고 부족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8%에 불과했다. 19%는 AI 등 새로운 기술이 창출하는 수요 증가로 반도체 산업의 수요와 공급 간 균형이 유지될 것으로 예측했다.

빅테크의 자체 반도체 개발 ··· 반도체 전문 인력 확보 경쟁 심화

빅테크, 플랫폼 기업, 자동차 기업 등의 자체적인 반도체 기술 개발이 지속됨에 따라 향후 3년간 기존 반도체 업계에 미치게 되는 가장 큰 영향이 무엇일지에 대한 응답으로 ‘인력 확보 경쟁 심화(56%)’가 1위로 꼽혔다. 이는 지난해 응답 비중(51%)보다 증가한 수치다. 그 뒤를 이어 2위 답변은 ‘비반도체 기업의 반도체 산업 진출로 인해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19%)’, 3위 ‘파운드리 생산능력 제약의 확대(12%)’, 4위 ‘공급망 교란(11%)’이 거론됐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자체 반도체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반도체 인재 유지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리더들은 향후 3년간 자사의 최우선 전략 과제 1위로 ‘인력 유치·양성·유지(53%)’를 삼고 다양한 전략을 모색 중이다.

반도체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기존의 전통적 방식의 인재 채용에서 나아가 반도체 밸류체인 전후방 산업 등 잠재적 인적 자원의 범위를 확대해 미래 인재 육성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산학 협력을 통한 인력 육성, 채용한 직원을 유지하기 위한 ‘직원 가치 제안(EVP, Employee Value Proposition)’, 업무 형태 다양화 등의 인재 유치 및 육성 전략을 살펴봐야 한다.

AI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반도체 산업 성장을 견인할 생성형 AI의 잠재적 활용 분야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성형 AI를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지 유스케이스(Use case, 적용 사례)를 만들어내며, AI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해 나가야 한다. 또한 반도체 공급망 관리에 AI를 도입하는 최적의 방안을 빠르게 고안하는 기업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 AI 도입 시 발생가능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AI 거버넌스 수립도 필요하다. 반도체 기업 C-level은 AI 도입에 따른 순기능뿐 아니라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사전적으로 예측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관리하여 고객 신뢰의 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